오늘날 복지 선진국에서는 장애가 있는 개인이 필요로 하는 다양한 영역에서 개인 맞춤으로 서비스를 제공받아 통합사회 속에서 자립생활을 실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장애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일상 속에서 사고나 노년화에 따라 일어날 수 있으며 장애가 발생했을 때 어떤 지원을 받는 정도에 따라 그 당사자의 사회 참여도에 큰 차이가 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와 같은 경우도 노년화가 되어야 느낄 수 있는 장애의 경험을 교통사고로 먼저 겪게 되었습니다. 비장애인일 때 불편함이 없던 것들이 모두 어려워졌고 좌절, 분노, 포기, 수용의 단계를 느끼며 꿈도 없고 아무런 의욕이 없는 삶을 살아 왔습니다.

자립 생활 초기 인터넷을 시작할 당시에 새끼손가락으로 키보드를 사용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흐를수록 새끼손가락의 관절 상태가 나빠져 통증이 지속되었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대체 수단을 찾았으나 시중에 있는 기성 타이핑 보조기기는 저의 장애 특성과는 맞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불편함을 감내하고 생활하는 도중 광주광역시 보조기기센터에서 3D 프린터를 활용한 타이핑 보조기기 제작에 대한 정보를 알게 되었습니다. 3D 프린터를 사용하여 나에게 맞춤으로 제작된 보조기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설렘으로 다가왔고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기를 기대할 수 있었습니다. 센터와의 상담을 통해 디자인과 맞춤 설계가 진행되었고, 이렇게 3D 프린터를 이용한 나만의 타이핑 보조기기가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3D 프린터로 제작된 타이핑 보조기기는 자립생활센터와 대학원 공부를 할 때 기존 방식보다 더욱 빠르게 컴퓨터 작업을 처리할 수 있게 하였고 독립적으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어 지금도 매우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볼 때에는 단순한 도구이지만 나와 같은 장애인이 고용되어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타이핑 보조기기를 제작 지원해준 광주광역시 보조기기센터에 감사드리며, 나와 같은 장애인 당사자가 필요에 따른 다양한 보조기기를 지원받아서 사회구성원 중의 한 사람으로서 권리를 보장받으며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