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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절된 지원, 제한된 품목 '장애인 보조기기 정책을 다시 묻다'
  2026.08.26  |   경기도재활공학센터  |   11
분절된 지원, 제한된 품목 '장애인 보조기기 정책을 다시 묻다'
  • 경기도재활공학센터
  • 2026-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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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블뉴스

칼럼리스트 김경식

2026. 7. 20.

 

분절된 지원, 제한된 품목 '장애인 보조기기 정책을 다시 묻다'

 

장애인이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휠체어, 자세유지기기, 보완대체의사소통기기, 환경제어장치, 시각·청각 보조기기와 각종 접근성 제품은 흔히 장애인용품또는 보장구라고 불린다. 그러나 이러한 명칭은 보조기기가 갖는 사회적 의미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중증장애인에게 전동휠체어는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다. 지역사회에 나가고, 학교에 다니고, 직장에 출근하고, 타인과 관계를 맺기 위한 기본적인 사회참여 수단이다. 의사소통기기 역시 전자제품 하나가 아니다.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선택하고, 거부하며, 타인과 동등하게 소통하기 위한 언어적 권리의 기반이다.

따라서 장애인 보조기기 정책은 어떤 물건을 얼마나 지원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장애인의 이동권, 의사소통권, 교육권, 노동권과 자립생활을 국가가 어떤 방식으로 보장할 것인가의 문제로 다뤄져야 한다.

보조기기는 비용이 아니라 장애인의 자유와 참여를 가능하게 하는 사회적 투자다. (생성형 AI 활용 생성 이미지) ⓒ 김경식
보조기기는 비용이 아니라 장애인의 자유와 참여를 가능하게 하는 사회적 투자다. (생성형 AI 활용 생성 이미지) ⓒ 김경식

제도는 존재하지만 이용자의 삶은 여전히 분절돼 있다

우리나라에도 장애인 보조기기와 관련된 제도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건강보험 장애인 보조기기 급여, 저소득 장애인 보조기기 교부사업, 지역보조기기센터의 상담·평가·체험·대여, 장애인고용공단의 보조공학기기 지원, 특수교육 분야의 학습보조기기 지원, 노인장기요양보험의 복지용구 제도 등이 운영되고 있다.

일부 장애인용 보장구에는 부가가치세 영세율도 적용된다. 외형적으로 보면 의료, 복지, 고용, 교육, 세제 등 여러 영역에서 지원체계가 마련돼 있는 셈이다.

그러나 장애인 당사자의 관점에서 보면 이 제도들은 하나의 연속적인 지원체계라기보다 서로 다른 자격과 목적에 따라 나뉜 별개의 사업에 가깝다.

가정에서 필요한 기기는 보건복지 제도를 이용해야 하고, 학교에서 필요한 기기는 교육청을 찾아야 하며, 직장에서 사용할 장비는 고용지원 제도를 통과해야 한다. 고령이 되거나 장기요양 대상이 되면 다시 다른 제도로 이동해야 한다.

보조기기를 사용하는 사람은 한 명인데, 지원제도는 그 사람의 삶을 의료, 교육, 고용, 돌봄으로 잘게 나눈다. 그 결과 학교에서 사용하던 의사소통기기를 졸업 후 계속 사용하지 못하거나, 직장에서 지원받은 보조공학기기를 가정과 지역사회에서는 활용하기 어려운 일이 발생할 수 있다.

보조기기는 사업에 귀속되는 행정물품이 아니라 장애인의 신체기능과 사회참여를 보완하는 개인 귀속적 수단이다. 사람이 제도에 맞춰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제도가 사람의 생애를 따라가야 한다.

 

정해진 품목 안에서만 인정되는 장애인의 필요

현행 보조기기 지원은 상당 부분 품목 중심으로 운영된다. 지원 대상 품목, 기준액, 내구연한, 장애유형과 급여조건이 사전에 정해져 있고, 그 목록에 포함되어야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이 방식은 예산 집행과 행정관리에는 편리하다. 그러나 장애인의 실제 생활은 품목표처럼 정형화돼 있지 않다.

같은 뇌병변장애인이라도 한 사람은 전동휠체어와 자세유지기기가 가장 절실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은 시선입력장치와 의사소통 소프트웨어가 필요할 수 있다. 같은 제품이라도 주거구조, 돌봄환경, 신체변형, 인지기능, 사용 경험에 따라 효과는 크게 달라진다.

최근에는 일반 태블릿에 보완대체의사소통 앱, 특수 스위치, 시선입력장치, 마운트와 음성출력 기능을 결합해 하나의 의사소통 시스템으로 사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마트폰과 스마트홈 기기 역시 환경제어장치, 안전확인기기 또는 인지지원기기로 활용될 수 있다.

그러나 기존의 전통적 보장구 분류로는 이러한 융합형 제품을 충분히 포괄하기 어렵다. 태블릿은 일반 전자제품, 앱은 소프트웨어, 마운트는 부속품, 시선입력장치는 별도 장비로 분리되면서 실제 이용자가 필요로 하는 하나의 통합 시스템은 지원대상에서 빠질 수 있다.

이제는 그 제품의 명칭이 무엇인가를 묻기보다 그 기술이 장애인의 어떤 활동 제한을 해소하고 어떤 사회참여를 가능하게 하는가를 물어야 한다.

 

구매비 지원만으로는 보조기기 사용을 보장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보조기기 정책은 여전히 제품의 구입과 지급을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 그러나 보조기기는 구입했다고 해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일반 소비재가 아니다.

사용자에게 맞는 평가와 선택, 신체에 맞춘 조정, 주거환경에 맞는 설치, 충분한 시험사용, 이용자와 가족에 대한 교육, 정기점검과 수리, 배터리와 소모품 교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함께 제공돼야 한다.

특히 중증장애인이 사용하는 전동휠체어, 리프트, 자세유지기기, 시선입력장치와 의사소통기기는 작은 고장만으로도 이동과 의사소통이 즉시 중단될 수 있다. 그런데 수리에 장기간이 걸리고 대체기기가 제공되지 않는다면, 장애인은 그 기간 동안 사실상 외출과 사회참여를 포기해야 한다.

보조기기의 성과는 몇 대를 지급했는지가 아니라, 그 기기가 실제로 얼마나 지속해서 사용됐고, 장애인의 자립성과 사회참여를 얼마나 확대했는가로 평가해야 한다.

기기를 창고에서 꺼내 전달한 시점에 행정적 책임이 끝나는 정책은 보조기기 지원정책이라 부르기 어렵다. 평가, 시험사용, 공급, 조정, 교육, 수리, 교체와 재평가까지 전 과정을 하나의 서비스로 보장해야 한다.

 

대여는 임시적 편의가 아니라 중요한 사회적 급여다

보조기기 대여는 구매할 형편이 안 되는 사람에게 중고제품을 잠시 빌려주는 제도로 이해되기 쉽다. 그러나 해외 사례에서 대여는 비용 절감만을 위한 보조적 사업이 아니다. 이용자의 변화하는 욕구에 대응하기 위한 공식적인 보장방식으로 활용된다.

성장기 장애아동은 신체 크기와 자세가 빠르게 변한다. 회복기 환자나 퇴원 직후 이용자는 일정 기간만 특정 장비가 필요할 수 있다. 진행성 질환이나 장애상태가 변하는 사람은 현재 사용하는 기기가 몇 년 뒤에도 적합할지 알기 어렵다. 디지털 보조기기는 기술의 변화 속도가 빨라 고가제품을 곧바로 구매하는 것이 오히려 비효율적일 수 있다.

이러한 경우 구매보다 대여가 이용자와 국가 모두에게 합리적이다. 구매 전에 실제 생활환경에서 제품을 시험하고, 적합하지 않으면 다른 기기로 교체하며, 장기 사용이 확인되면 소유권을 이전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그러나 국내 지역보조기기센터의 대여는 제한된 예산과 보유재고 안에서 이루어지는 단기 체험이나 임시지원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지역에 따라 보유품목과 전문인력, 대여기간과 서비스 수준에도 차이가 있다.

대여를 센터의 선택적 부가서비스가 아니라 일정한 필요가 인정되면 이용할 수 있는 법정급여로 전환해야 한다. 장기대여, 구매 전 시험사용, 수리기간 중 대체기기, 임대 후 소유권 이전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대여서비스에는 제품만 포함되어서는 안 된다. 배송, 설치, 초기 설정, 사용훈련, 정기점검, 고장수리, 소독과 회수, 개인정보 삭제, 재사용 안전성 확인까지 포함돼야 한다.

선진국은 제품보다 이용 가능성을 보장한다

영국, 독일, 호주, 미국, 일본과 캐나다 등은 제도적 방식에는 차이가 있지만 공통적으로 보조기기의 구입비만을 지원하지 않는다.

영국은 일정한 장애인용 제품과 장애 맞춤 개조제품에 대해 부가가치세 부담을 줄이고, 일부 경우 설치와 수리·유지관리에도 세제혜택을 적용한다. 공공 휠체어 서비스와 개인예산을 결합해 표준제품 제공과 개인의 선택권을 함께 보장하려는 방식도 활용한다.

독일은 법정건강보험을 통해 의학적으로 필요한 보조기기뿐 아니라 조정, 유지관리와 수리까지 지원체계에 포함한다. 보조기기를 하나의 제품이 아니라 지속적인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급여로 보는 것이다.

호주는 개인별 장애지원계획과 예산을 통해 구매, 대여, 시험사용, 수리와 교체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 특히 아동의 성장, 장애상태 변화, 수리기간의 임시사용과 구매 전 적합성 검증을 대여가 필요한 정당한 사유로 인정한다.

미국의 일부 공적 의료보험은 고가 내구성 의료장비에 대해 일정 기간 임대한 뒤 소유권을 이전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일본은 장기요양보험을 통해 복지용구를 대여하고, 회수·소독·정비 후 다시 활용하는 순환체계를 발전시켜 왔다.

이들 제도가 완전한 것은 아니다. 의료적 필요성에 지나치게 한정되거나, 장애인보다 노인 중심으로 설계된 한계도 있다. 그럼에도 구매, 대여, 유지관리와 개인 선택을 결합한다는 점은 국내 정책에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면세 대상도 장애인의 실제 사용방식에 맞춰야 한다

장애인용 보장구에 대한 부가가치세 영세율은 장애로 인해 추가로 발생하는 비용을 줄인다는 점에서 중요한 제도다. 문제는 대상이 전통적인 장애인 전용제품과 법령에 열거된 품목에 한정될 경우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환경을 따라가기 어렵다는 것이다.

보조기기는 더 이상 외형만으로 쉽게 구분되는 전용제품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일반 전자제품도 접근성 소프트웨어, 특수입력장치와 장애 맞춤 설정을 결합하면 필수 보조기기가 된다.

따라서 면세기준도 제품명 중심에서 기능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장애인의 이동, 의사소통, 감각, 인지, 안전과 환경제어를 실질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전용 설계되거나 개조·설정된 제품과 서비스라면 세제지원을 검토해야 한다.

제품 구입비뿐 아니라 장애 맞춤 개조비, 설치비, 수리비, 핵심부품, 필수 소프트웨어와 접근성 서비스 구독료까지 지원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모든 일반제품을 무조건 면세하자는 의미는 아니다. 전문가 평가나 장애 맞춤 설정 확인을 거쳐 장애 관련 부분에 한정해 영세율 또는 세액환급을 적용하는 방식이 가능하다.

 

소득기준의 절벽도 개선해야 한다

저소득 장애인 보조기기 교부사업은 반드시 필요한 제도다. 그러나 수급자와 차상위계층에는 지원하고 기준을 조금 초과하면 전액 자비로 부담하도록 하는 방식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

장애인가구는 치료비, 돌봄비, 이동비, 주거개조비와 보조기기 비용 등 다양한 장애 관련 추가비용을 부담한다. 소득이 기준보다 다소 높다는 이유만으로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이르는 기기를 스스로 마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선별적 무상지원과 전액 자부담 사이에 단계적 본인부담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소득에 따라 본인부담률을 차등화하고, 고가 보조기기 비용이 가구소득의 일정 비율을 넘으면 추가 지원하는 본인부담 상한제도 검토할 수 있다.

필수 보조기기 구입을 위해 저소득 장애인이 대출을 받아야 하는 구조도 재검토해야 한다. 의사소통, 이동, 안전과 위생을 위한 기기는 개인의 부채가 아니라 공적 급여와 대여를 우선해 지원해야 한다.

 

통합적인 보조기기 이용권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보조기기 정책이 나아갈 방향은 명확하다. 제품을 나눠주는 정책에서 필요한 기술을 지속해서 사용할 권리를 보장하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를 위해 첫째, 건강보험, 의료급여, 보조기기 교부사업, 특수교육, 고용지원, 장기요양과 지방자치단체 사업을 연결하는 통합신청·연계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이용자가 여러 기관을 전전하지 않도록 최초 접수기관이 적절한 사업을 찾아 연결하는 원스톱 체계가 필요하다.

둘째, 장애명과 품목이 아니라 개인의 기능, 활동, 생활환경과 사회참여 목표를 평가하는 공통 평가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작업치료사, 물리치료사, 언어재활사, 재활공학 전문가와 장애인 당사자가 참여하는 다학제 평가가 필요하다.

셋째, 구매와 무상교부 외에 시험사용, 단기·장기대여, 임대 후 소유권 이전, 중고 재생제품과 민간제품 임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넷째, 보조기기 적합성 평가, 맞춤조정, 교육, 수리와 유지관리를 독립적인 급여로 인정해야 한다. 제품값만 지원하고 서비스 비용을 인정하지 않으면 적합한 기기 사용을 기대하기 어렵다.

다섯째, AI, 로봇, 스마트홈과 디지털 접근성 기술을 신속하게 지원할 수 있는 임시등재와 시범급여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임상적 효과뿐 아니라 의사소통 증가, 돌봄시간 감소, 학습과 고용유지, 지역사회 참여와 삶의 질을 평가기준에 포함해야 한다.

여섯째, 전국 보조기기 대여재고와 수리정보를 통합한 순환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지역센터와 지방자치단체가 보유한 제품을 공동으로 조회하고, 권역별 정비·소독·물류체계를 마련한다면 제한된 재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보조기기 정책의 목표는 물품 지급이 아니다

장애인 보조기기 정책을 논할 때 흔히 재정 부담과 도덕적 해이, 중복지원 가능성이 먼저 제기된다. 그러나 적합한 보조기기는 돌봄 의존도를 줄이고, 교육과 고용 참여를 확대하며, 장기적으로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가능성이 크다.

중요한 것은 무조건 많은 제품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다. 당사자의 필요를 정확히 평가하고, 실제 생활에서 시험하며, 효과가 확인된 제품을 적시에 제공하고, 고장 없이 지속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이다.

보조기기는 장애인의 부족한 기능을 대신하는 물건이 아니다. 장애인이 비장애인 중심으로 설계된 사회환경과 상호작용하고 자신의 삶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조정수단이다.

국가는 장애인이 휠체어를 가지고 있는지를 묻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그 휠체어로 집 밖에 나갈 수 있는지, 고장 났을 때 즉시 대체할 수 있는지, 학교와 직장과 지역사회에서 계속 사용할 수 있는지를 물어야 한다.

의사소통기기를 지급했는지만 확인해서도 안 된다. 이용자가 그 기기로 자신의 뜻을 표현하고, 의사결정에 참여하며, 타인과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보조기기를 복지용품이나 시혜적 물품으로 보는 한 정책은 지급 건수에 머문다. 이를 권리로 인정할 때 비로소 평가, 선택, 대여, 면세, 유지관리와 생애주기 지원이 하나의 체계로 연결된다.

장애인이 필요한 기술을 필요한 순간에 선택하고, 경제적 부담 없이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사회. 그것이 보조기기 정책이 지향해야 할 최종 목표다. 보조기기는 비용이 아니라 장애인의 자유와 참여를 가능하게 하는 사회적 투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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