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새로운 보조기기나 개조/제작 방법 및 기술, 뉴스 등을 전반적인 정보를 자유롭게 공유하는 게시판입니다.
※ 플랫폼의 성격에 어긋나거나 문제가 있는 게시물은 삭제될 수 있습니다.

자유게시판

장애인 보조기기 소모품의 지속적 보장과 지역 형평성을 위한 과제
  2026.09.29  |   경기도재활공학센터  |   7
장애인 보조기기 소모품의 지속적 보장과 지역 형평성을 위한 과제
  • 경기도재활공학센터
  • 2026-09-29
  • 7
첨부파일

에이블뉴스

칼럼리스트 김경식

2026. 9. 26.

 

장애인 보조기기 소모품의 지속적 보장과 지역 형평성을 위한 과제

 


"배터리가 멈추면 일상도 멈춘다"

인공와우의 외부 음성처리기는 배터리 없이는 작동하지 않는다. 전동휠체어도 배터리와 타이어의 상태에 따라 이동 가능성이 달라진다. 의지의 소켓과 라이너, 자가도뇨용 카테터, 인공호흡기의 필터와 튜브, 배변·배뇨 관리를 위한 위생용품 역시 일상을 유지하는 데 반복적으로 필요하다.

 

이들의 비용은 최초 구입 이후에도 계속 발생한다. 따라서 장애인 보조기기 정책의 성과는 기기를 얼마나 보급했는지와 함께, 사용자가 필요한 기능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하는지로 평가해야 한다.

소모품의 지속적 보장은 장애인이 확보한 기능과 사회참여의 기회를 일상 속에서 유지하기 위한 조건이다. (생성형 AI 활용 생성 이미지) ⓒ 김경식
소모품의 지속적 보장은 장애인이 확보한 기능과 사회참여의 기회를 일상 속에서 유지하기 위한 조건이다. (생성형 AI 활용 생성 이미지) ⓒ 김경식

세계보건기구는 보조공학을 제품뿐 아니라 관련 체계와 서비스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정의한다. 전 세계적으로 하나 이상의 보조제품이 필요한 사람은 25억 명 이상이며, 2050년에는 약 35억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소모품 공급과 유지관리는 보조기기 정책의 본질적인 구성요소다. 구입 당시의 접근성이 확보되어도 이후의 비용과 서비스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실질적인 이용 가능성은 약해진다.

 

우리나라의 보조기기 지원은 확대되어 왔지만, 비용 부담과 전달체계의 문제는 남아 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2023년 장애인실태조사」를 재분석한 결과, 보조기기 구입자가 정부 등 외부 지원을 받은 경험은 2014년 39.7%에서 2023년 53.0%로 증가했다. 반면 2023년에도 47.0%는 외부 지원 없이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보고서는 2023년 기준 관련 지원이 6개 부처의 11개 사업으로 나뉘어 운영되는 구조를 지적했다. 다만 이 수치는 보조기기 구입에 관한 통계이며, 소모품의 본인부담률이나 교체 포기율을 뜻하지 않는다. 소모품의 부담을 정확히 파악하려면 구입 통계를 넘어서는 별도의 조사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제도를 평가할 때에는 이미 마련된 반복 지원을 함께 살펴야 한다. 중앙보조기기센터의 공개 안내에서 전동휠체어·의료용 스쿠터용 전지는 2개를 한 세트로 하여 기준액 19만 원, 내구연한 1.5년으로 제시된다. 일반 건강보험 가입자는 기준액과 실제 구입액 중 낮은 금액의 90%를 지원받는다. 여기서 90%는 실제 지출 전체에 항상 적용되는 비율이 아니다.

 

예컨대 급여요건을 충족하는 전지 한 세트의 실제 구입가격을 30만 원으로 가정하면, 지원액은 최대 17만 1천 원이고 본인부담은 12만 9천 원이다. 실제 지출 대비 부담률은 43%가 된다. 이는 시장 평균가격에 관한 통계가 아니라, 기준액 상한이 실제 부담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는 계산 사례다.

 

여기서 구분해야 할 것은 급여상 내구연한과 실제 교체 필요 시점이다. 행정적으로 설정한 기간이 모든 사용자의 배터리 성능이나 부품 마모를 동일하게 설명하지는 못한다. 인공와우의 일회용 배터리는 소진에 따라 교체해야 하고, 충전지는 사용 가능한 충전용량이 줄어들면 교체 필요가 발생한다. 의지의 소켓은 신체 변화에 따라 다시 맞춰야 할 수 있으며, 타이어는 사용 환경에 따라 마모된다. 소모품 보장은 품목별 기준과 함께 실제 기능 상태, 사용량, 위생상 필요를 판단하는 절차를 갖춰야 한다.

 

자가도뇨와 인공호흡기 분야는 이러한 지속적 지원의 국내 기반을 보여준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등록·처방 등 요건을 충족하는 자가도뇨 소모성 재료에 대해 하루 기준금액 9천 원, 최대 6개 범위의 급여를 안내한다. 인공호흡기도 대여료와 별도로 튜브·필터·가습용 물통으로 구성된 소모품 세트와 마스크 등에 대한 지원이 있다.

 

따라서 한국의 문제는 소모품 지원이 전혀 없다는 데 있지 않다. 필수적인 반복 지출 가운데 어떤 것은 전국 공통제도에 포함되고, 어떤 것은 지역사업이나 개인 부담에 남는가라는 보장 범위의 불균형에 있다.

인공와우 배터리는 이 문제를 잘 드러낸다. 수술이나 외부 장치의 지원과 매일 필요한 배터리·케이블·마이크 보호덮개의 공급은 구분해야 한다. 이번에 검토한 국내 공개자료에서는 모든 인공와우 사용자에게 공통으로 적용되는 정기 배터리 지원체계가 확인되지 않았으며, 일부 지방사업에서는 선정된 수술·재활 지원 대상자에게 소모품 비용을 보조한다. 영등포구의 사업 안내에는 소모품 지원액 최대 36만 원이 제시되어 있다.

 

이를 모든 인공와우 사용자에게 매년 지급되는 보편적 급여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초기 치료에 대한 접근성과 장기간 청각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조건을 함께 평가해야 하는 이유다.

 

지역별 편차는 정책자료에서도 확인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23년 기준 125개 기초지자체가 자체 보조기기 수리사업을 시행했고, 총예산은 79억 원, 1인당 지원액은 15만~50만 원이라고 정리했다. 제시된 금액 범위의 상·하한은 약 3.3배 차이다. 그러나 이것을 주민의 실제 본인부담이 3.3배 차이 난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지원 대상과 품목, 다른 사업과의 관계를 함께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집계에 포함되지 않은 지역에 모든 형태의 수리서비스가 없다고 단정하는 것 역시 부정확하다.

 

개별 지역사업을 살펴보면 지원 금액뿐 아니라 대상과 서비스 제공 방식에서도 차이가 나타난다. 서울 동대문구의 2026년 2월 안내에 따르면, 관내 등록장애인 중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은 연간 25만 원, 그 외 등록장애인은 연간 10만 원 범위에서 보조기기 수리비를 지원받는다.

 

지원 품목은 전동휠체어·수동휠체어·전동스쿠터의 타이어, 충전기, 전조등, 브레이크 등이며, 신청인이 원하는 장소로 방문하여 수리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소득에 따라 지원 한도를 달리하면서도 일반 등록장애인을 대상에 포함하고, 방문서비스를 통해 이용자의 이동 부담을 줄이는 구조다.

 

인천광역시의 2025년 사업 안내는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에 해당하는 등록장애인을 대상으로 주요 부품의 교체·수리비를 연간 최대 30만 원까지 지원한다고 명시한다. 배터리 등 구동에 필요한 부품을 지원하되, 전동스쿠터의 커버와 바구니 등 일부 액세서리는 제외한다.

 

동대문구 사례와 비교하면 해당 사업의 지원 한도는 높지만, 지원 대상에는 소득요건이 적용된다. 따라서 지원금의 크기와 지원 대상의 범위를 함께 살펴야 하며, 금액만으로 지역 간 보장 수준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부산광역시는 네 개 권역별 수리지원센터가 담당 구·군을 나누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체계를 안내하고 있다. 이 사례는 지역별 비교에서 지원액과 더불어 서비스 기관의 배치와 접근 경로를 검토해야 함을 보여준다. 다만 센터의 수와 담당지역만으로 실제 접근성을 평가할 수는 없다. 이용자가 수리서비스에 도달하는 데 필요한 시간, 출장수리의 가능 여부, 부품 확보와 수리 완료까지의 기간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이러한 사례는 지역 간 차이가 지원 한도, 소득요건, 지원 품목, 서비스 전달방식이라는 여러 차원에서 형성됨을 보여준다. 다만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의 사업은 서로 보완될 수 있고, 인용한 자료의 기준 시점도 다르므로 이를 지역 전체의 복지 수준에 대한 순위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지역 형평성을 평가하려면 동일한 기능적 필요를 가진 이용자가 거주지에 따라 부담하는 실제 비용과 보조기기 사용 중단기간이 얼마나 달라지는지를 살펴야 한다.

 

신변처리용품에서도 보장의 경계가 나타난다. 서울시의 2025년 안내는 일정 요건을 갖춘 만 3~64세 뇌병변장애인에게 기저귀·패드·깔개매트 등 구입비의 50%를 월 7만 원 한도에서 지원하도록 한다. 이는 반복 지출에 공적으로 대응하는 사례다. 동시에 같은 배변·배뇨 지원 필요가 있더라도 장애유형이나 연령이 다르면 해당 사업의 대상 여부가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다른 지역과의 비교 역시 사업 유무만 확인할 것이 아니라, 실제 필요가 비슷한 사람에게 얼마만큼의 지원이 돌아가는지 살펴야 한다.

 

소모품과 수리의 공백이 중요한 이유는 금전적 부담을 넘어 일상 참여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Worobey 등의 연구는 미국 9개 척수손상 모형시스템센터에서 휠체어 이용자를 조사하여, 최근 6개월간 수리를 보고한 비율이 약 56%였다고 밝혔다.

 

수리를 보고한 사람 가운데 약 42%는 적어도 하나의 부정적 영향을 경험했으며, 그러한 영향의 지속기간 중앙값은 5일이었다. 집에 머물러야 하거나 예비 휠체어를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 대표적이었다. 이 연구는 부품과 수리 문제를 사회참여의 조건으로 다뤄야 함을 뒷받침한다.

 

같은 연구진의 2025년 논문은 수리 경험이 있는 척수손상 휠체어 이용자 301명을 대상으로 수리 완료와 지연을 조사했다. 필요한 수리가 모두 완료되었다는 응답은 76%, 하나도 완료되지 않았다는 응답은 14%였으며, 수리까지 경과한 시간의 중앙값은 14일이었다. 두 연구는 서로 다른 지표를 제시한다.

 

앞선 연구의 5일은 부정적 영향의 지속기간이고, 후속 연구의 14일은 수리까지 걸린 시간이다. 또한 미국의 특정 집단을 대상으로 한 관찰연구이므로 한국의 발생률로 대입하거나 소모품 지원의 인과적 효과를 입증한 것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다만 한국에서도 비용과 함께 사용 중단기간을 조사해야 할 근거는 제공한다.

 

국외 비교에서는 흔히 말하는 ‘장애선진국’을 하나의 모형으로 묶기보다, 어떤 제도가 지속적 사용을 보장하는지 살펴보는 편이 생산적이다.

 

영국 NHS는 NHS를 통해 제공한 보청기에 대해 배터리와 수리, 사후관리를 무료로 제공한다고 안내한다. 옥스퍼드대학병원 NHS 인공와우 프로그램은 일회용 배터리를 공급하고, 충전지가 유용한 수준의 충전량을 유지하지 못하면 교체를 요청하도록 한다. 케이블과 마이크 보호덮개 등 표준 부품도 사용에 따라 교체한다.

이 병원 사례에서 주목할 점은 배터리와 부품의 공급이 청각재활 서비스에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다만 이를 영국의 모든 사적 구입기기와 모든 추가 액세서리에 적용되는 무제한 지원으로 확대해석해서는 안 된다.

 

독일 법정건강보험자 TK는 인공와우 배터리를 계약 공급업체를 통해 이용자 비용 부담 없이 공급하는 절차를 안내한다. 반면 같은 보험자의 일반 성인 보청기 배터리는 원칙적으로 지원하지 않으며, 18세 미만에는 예외가 있다. 같은 나라, 같은 보험자 안에서도 기기의 분류와 연령에 따라 보장이 달라지는 것이다. 따라서 국제비교의 핵심 단위는 국가의 명성보다 품목, 대상자, 보험제도, 공급절차가 되어야 한다.

 

호주의 NDIS는 대상자의 보조기기 지원계획에 수리·유지관리 비용을 포함하고, 기기가 고장 나 대체수단이 없으며 안전과 생활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 긴급수리 절차를 안내한다. 미국 Medicare의 하지의지 급여기준은 잔존지의 변화, 기능적 필요의 변화, 수리할 수 없는 손상·마모 등을 소켓 교체의 판단 근거로 인정한다.

이는 개별 필요에 대응하는 설계의 사례다. 그러나 미국 Original Medicare는 성인용 기저귀 등 실금용품을 보장하지 않는다. 해외 제도에서도 보장의 진전과 공백은 함께 존재한다.

이 자료들에서 도출되는 한국의 정책 과제는 보조기기의 최초 제공과 이후의 사용 조건을 함께 설계하는 것이다. 구입 시점부터 필수 소모품, 예상 교체량, 유지관리 비용, 공급 경로를 안내하고 지원계획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인공와우와 보청기는 청각 기능의 지속, 휠체어는 이동 가능성, 의지는 적합성과 피부 보호, 배변·배뇨 및 호흡 관련 용품은 일상관리와 위생이라는 기능적 필요를 중심으로 검토할 수 있다. 법적 급여체계가 서로 다르더라도 이용자가 부담하는 반복 지출은 함께 파악해야 한다.

 

국가와 지방정부의 역할도 이 관점에서 조정할 필요가 있다. 필수 소모품과 기본 수리에 대해서는 거주지와 관계없이 접근할 수 있는 최소 보장기준을 마련하고, 지방정부는 출장수리·긴급대응·대체기기 대여 등 지역 여건에 맞는 서비스를 보강하는 방향을 검토할 수 있다. 급여상 교체기간을 두더라도 성능 저하나 신체 변화가 확인된 경우에는 조기 교체 필요를 평가하는 통로가 있어야 한다. 실제 필요를 설명하고 심사받을 수 있는 절차는 획일적인 기간 기준을 보완하고, 사용 중단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를 뒷받침할 통계도 바뀌어야 한다. 현재 확인되는 구입 지원 경험이나 수리 건수만으로는 필요한 교체를 포기한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알기 어렵다. 앞으로는 품목별 연간 본인부담액, 비용 때문에 교체를 미룬 비율, 신청부터 공급까지 걸린 시간, 기기 사용 중단일수, 통학·출근·진료에 발생한 차질을 조사해야 한다. 지역 비교에서는 장애유형과 사용량, 소득, 연령, 이동거리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또한 소모품 지원이 다른 의료·돌봄 비용을 줄일 것이라는 기대는 실제 자료로 검증해야 한다.

 

보조기기의 공공적 가치는 지급 순간에 완성되지 않는다. 배터리가 소진된 다음 날에도 대화할 수 있는지, 타이어가 마모된 뒤에도 출근할 수 있는지, 필요한 위생용품을 비용 때문에 아끼지 않아도 되는지에서 그 가치가 드러난다. 보조기기 정책은 이러한 시간을 책임지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 소모품의 지속적 보장은 장애인이 확보한 기능과 사회참여의 기회를 일상 속에서 유지하기 위한 조건이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 출처: https://www.able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33457

 

댓글

 

댓글 0개

    댓글이 없습니다. 첫번째 댓글을 등록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