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기억에도 저장되지 못할 어린 나이에 오른쪽 손가락 5개 모두를 화상으로 잃어버린 장애인입니다. 너무 어릴 때 장애를 가져 적응하며 살다보니 생활에 큰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면서 환갑의 나이까지 살아왔습니다. 하나의 생명체가 인간으로서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욕구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의지에 따라 하고 싶은 일을 시도하는 것이 삶을 풍요롭고 더욱 윤택하게 만듭니다. 비장애인과는 달리 장애를 가진 사람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러한 삶을 살아가기에는 많은 제약이 따릅니다. 때로는 수동적으로 시간의 흐름에 자신의 인생을 맡기면서 소극적으로 살아가다 보니 혼자의 힘으로 하고 싶은 일을 도전하는 그 자체가 매우 어렵습니다.  

저는 일상생활을 살아가는 것에는 불편함이 없지만 제가 가장 좋아하고 시도해 보고 싶었던 악기를 다루는 것에는 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건강한 왼손만으로는 피아노도 기타도 색소폰도 다룰 수가 없었습니다. 스스로 이런저런 방법을 고민해보고 주변에도 기웃거려보았지만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하여 악기를 다루는 것을 포기하려는 마음도 있었지만 주변에서 드럼을 치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볼 때면 나도 한번 시도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더욱 솟구쳤습니다. 방법을 찾아 인터넷을 검색하던 도중 경기도재활공학센터를 알게 되었습니다. 센터에서는 신체 기능의 제약으로 인해 발생하는 일상생활, 사회참여 등의 영역에서 제한을 극복하는데 보조기기를 사용하여 해결해 주는 일을 하며, 저 같이 장애를 가진 사람에게 한 줄기 빛과 같은 존재로 다가왔습니다. 저도 삼십 년 넘게 장애인 교육에 몸을 담고 있었지만 보조기기를 개인의 특성에 맞게 만들어 주는 것을 모르고 이제야 알게 된 것이 무척 아쉬운 마음도 들었습니다.

센터에서 연구원님의 도움으로 드럼을 칠 수 있는 멋진 보조기기를 가지게 되었고 한 달째 드럼 학원에서 내가 좋아하는 악기를 다룰 수 있어 나 자신만의 삶의 질을 한껏 높이고 있습니다.  

좀 늦기는 했지만 다음에는 기타를 칠 수 있는 보조기기 제작을 부탁해서 기타도 한 번 도전해 보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원해주신 경기도재활공학센터에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