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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뉴스] “기타 칠 손이 필요해요”…3D 프린팅 재능기부가 ‘최고 혁신’된 사연 [주말엔]
  • 관리자
  • 2024-09-11 18:4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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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뉴스] “기타 칠 손이 필요해요”…3D 프린팅 재능기부가 ‘최고 혁신’된 사연 [주말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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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뉴스

2024.02.04
송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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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프린터로 의수 제작이 가능할까요?"

2015년, 양손을 다 잃었다는 청년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린 글을 본 게 시작이었습니다.

동갑내기 청년을 돕기 위해 재능기부 차원에서 시작한 일이었는데 이제는 전자 의수 제작 스타트업을 운영하며 수많은 사람에게 새로운 '손'을 선물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4'에서 최고혁신상을 받은 이상호 대표를 만나봤습니다.

 

■ 취미로 하던 3D 프린팅이었는데...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이상호 대표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연구 개발하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였습니다.

3D 프린팅은 취미로 하고 있었는데 덕업일치를 꿈꾸며 관련 회사를 창업하게 됩니다.

사업 네트워크를 쌓을 겸 3D 프린팅 인터넷 커뮤니티 활동을 하다 발견한 글 하나가 그를 전자 의수 제작의 길로 들어서게 했습니다.

글을 올린 사람은 양손을 잃은 서른다섯의 프레스 엔지니어. 전자 의수를 쓰고 싶은데 기존 제품은 가격이 너무 비싸 구매를 포기했다는 내용을 보고 이 대표는 댓글을 달았습니다.

"의수의 손가락을 움직이는 것은 시도해볼 수 있지만, 가벼운 물체를 잡는 것 외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 정도만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하나 만들어 볼까요?"

2015년 1월, 이상호 대표는 양손을 잃은 전직 프레스 엔지니어와 함께 3D 프린팅을 주제로 한 창작자 대회에 참가했다.
2015년 1월, 이상호 대표는 양손을 잃은 전직 프레스 엔지니어와 함께 3D 프린팅을 주제로 한 창작자 대회에 참가했다.

 

이 에피소드를 계기로 이상호 대표는 사업의 방향을 3D 프린팅 전자 의수 제작으로 잡게 됩니다.

 

■ "손이 없지만 기타를 치고 싶어요"

스물다섯 살 싱어송라이터 고우현 씨. 선천적으로 오른손 없이 태어났다. 왼쪽부터 2016년, 2020년, 2024년의 모습.
스물다섯 살 싱어송라이터 고우현 씨. 선천적으로 오른손 없이 태어났다. 왼쪽부터 2016년, 2020년, 2024년의 모습.

 

2016년 4월, 이상호 대표에게 또 한 명의 특별한 고객이 찾아왔습니다.

고우현 씨는 선천적 절단 장애인입니다. 태아의 팔에 감긴 탯줄 때문에 손이 양수에 녹아버려 오른손 없이 태어났습니다.

중학교를 졸업하면서 음악에 대한 꿈을 진지하게 키우게 되었는데, 단련이 안 된 팔로 기타를 치다 보니 상처가 생기고 피가 나서 제대로 소리를 낼 수 없었습니다.

아버지를 통해 이 대표의 이야기를 알 게 된 열입곱 소년은 피크를 집을 수 있는 의수를 만들어 줄 수 있겠냐고 이메일을 보냅니다.

"피아노는 멜로디가 조금 심심하긴 하지만 어느 정도 칠 순 있었습니다. 그러나 기타 같은 경우는 피크를 집어서 쳐야 해서 손가락이 없는 저에겐 큰 문제였습니다. 맨살로 치려 하니 살이 견디지 못하려 하더군요. 혹시 피크를 집을 수 있는 의수, 제작 가능할까요?"
손 형태로 만들었던 테스트용 의수와 현재 기타 연주에 쓰는 의수.
손 형태로 만들었던 테스트용 의수와 현재 기타 연주에 쓰는 의수.

 

이상호 대표가 우현 씨를 위해 만든 기타연주용 의수 제작 비용은 단돈 2만 원.

일반적인 손 형태의 의수는 우현 씨의 기타 연주를 더 어렵게 했습니다. 손이 아니라 팔을 사용해 기타를 연습해왔기 때문입니다.

3D 프린팅으로 여러 버전을 테스트하며 기타 연주에 딱 맞는 의수를 제작할 수 있었습니다.

우현 씨는 더는 '피나는' 기타 연습을 하지 않아도 되고 더 다양한 소리를 낼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어떻게 하면 기타를 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열일곱 소년은 실용음악과에 진학해 자작곡도 내고 대중 앞에서 공연도 하는 싱어송라이터로 성장했습니다.

고우현 씨가 전자 의수를 착용하고 외출 준비를 하고 있다.
고우현 씨가 전자 의수를 착용하고 외출 준비를 하고 있다.

 

처음에는 기타 피크를 집을 수 있는 간단한 형태의 의수만 사용했지만, 지금은 우현 씨도 전자 의수를 사용합니다.

전자 의수 덕분에 지하철에 서서 손잡이를 잡고서도 휴대폰을 할 수 있고, 비 오는 날 기타를 들고 동시에 우산을 쓰는 것도 가능해졌습니다.

 

전자 의수 사용자는 0.2% 정도

한국절단장애인협회에 따르면 손이나 팔을 잃은 상지 절단 장애인이 국내에 약 15만 명 있습니다.

그중 의수를 착용하는 사람은 약 3만 명. 전자 의수를 사용하는 사람은 0.2%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기능이 있는 전자 의수를 선호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요? 시선과 비용의 문제입니다.

다수의 절단 장애인들은 기능이 없더라도 외피가 사람 피부와 같은 미관용 의수를 선호한다고 합니다.

전자 의수는 손처럼 기능은 하지만 아무래도 실제 손과는 많이 다릅니다. 로봇손처럼 보이기도 하죠.

모든 것을 맞춤으로 제작해야 하는 의수 특성상 비싸기도 합니다.

이 대표는 합리적인 가격에 전자 의수를 공급할 수 있다면 일상에서 기능성 의수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고, 최소한 가정 안에서라도 절단 장애인이 일상의 자립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이야기합니다.

절단 장애인이 기능 의수를 착용하고 가정 밖으로 나오게 하는 것, 사회적 시선의 문제도 우리 공동체가 함께 해결해야 하는 부분이죠.

"기능 의수를 쓰는 걸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지 않고 자연스러운 활동이라고 보면 좋겠어요. 그러면 의수를 사용하는 분들이 사회에서 더 많은 액티브한 활동을 할 수 있을 거고... "

 

■ CES 2024 최고혁신상

 

지난달 개최된 CES 2024에서 이 대표는 부분 손가락 의수 기술로 최고혁신상을 받았습니다.

세계적으로 부분 손가락 의수를 제작하는 회사는 6곳 정도 있는데 손가락 하나를 제작하는 데만 비용이 천만 원 수준이라고 합니다.

이 대표는 제작에 들어가는 기술을 모두 직접 개발해 단가를 20분의 1 수준으로 낮췄습니다. 손가락 하나에 50만 원 수준입니다.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 상지 절단 장애인에게 손가락 의수를 소개하는 게 올해 목표입니다.

 

■ "의수는 신발과 같다"

"신발 같은 거로 생각하면 돼요. 우리가 슬리퍼 필요해서 하나 사죠. 구두도 가끔 필요하죠. 운동화 필요하죠. 그런 식으로 최소 세 켤레는 사람들이 다 갖고 있거든요.
의수도 마찬가지예요. 사람을 만나서 사진을 예쁘게 찍어야 하는 경우에는 미관용 의수가 필요하고, 책상에 앉아서 작업할 때는 기능형 전동 의수가 필요하고"

의수를 하나의 '도구'로 생각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시각 장애인의 길잡이가 되는 지팡이, 하지 장애인의 이동을 돕는 휠체어처럼 말입니다.

'절단 장애인이 일상 생활에 핵심적인 것들을 회복하는 것.'

이 대표가 전자 의수를 제작하며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입니다.

지퍼를 잡고, 컵을 들고, 글씨를 쓰고, 자판을 두드리는 간단한 일상 속 행위들이 손 전체 혹은 손 일부가 없는 절단 장애인에게는 힘든 일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전자 의수를 통해 더 많은 상지 절단 장애인들이 당당하게 일상을 영위하는 날을 꿈꾸며 이상호 대표는 오늘도 3D 프린터기를 가동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