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뉴스 칼럼니스트 김경식 2025. 8. 25. 디지털 시대, 고령장애인 이중 격차 해소책이 필요하다 오늘날 사회에서 ‘디지털 문해력’은 단순히 기기를 다루는 능력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이는 스마트폰, 인터넷, 키오스크 등 디지털 도구를 이해하고, 활용하며, 일상생활 속에서 적절히 응용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즉, 디지털 문해력은 현대 사회에서 기본적인 의사소통과 행정, 금융, 의료, 교통 서비스 접근을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형태의 시민 역량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노인의 디지털 문해력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최근 발표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령층의 디지털 문해력 관련해서 60대의 인터넷 이용률은 94%에 이르지만 70대 이상은 54.7%에 머물고 있으며, 장애 노인의 경우는 이보다 훨씬 낮아 약 30% 내외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통계에서는 60세 이상 고령자의 23.3%가 디지털 기기의 기본 조작조차 어렵다고 응답했으며, 전체 고령자의 77.7%가 디지털 서비스 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결과도 나왔다. 디지털 정보화 수준을 비교해 보면 고령층은 70.7%로 가장 낮고, 장애인은 82.8%였으나, 실제 ‘장애 노인’의 수준은 이보다 현저히 낮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현실은 노령층 전반의 디지털 격차가 이미 심각한 문제이지만, 특히 장애 노인의 경우 노화와 장애가 겹쳐 이중의 소외를 겪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문제는 우리나라만의 과제가 아니다. OECD 조사에 따르면 55세에서 74세 사이 노인의 디지털 문해력 수준은 62.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슬로바키아에서는 65~74세 인구 가운데 기본 디지털 역량 이상을 가진 이는 19%에 그쳤고, 36%는 아예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EU 평균보다 크게 뒤처진 결과다.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AARP 조사에 따르면 50세 이상 중 66%만이 디지털 기술을 편안하게 다룬다고 답했으며, 64%는 ‘기술이 자신의 연령을 고려하지 않고 설계되어 있다’고 느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시도도 진행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고등학생이 고령자에게 컴퓨터를 가르치는 ‘Senior Connects’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고, 일부 대학에서는 저소득 노인을 대상으로 한 8주간의 1:1 디지털 문해력 교육 프로그램이 긍정적 성과를 거두었다.
아일랜드에서는 교통 접근과 맞춤 자료 제공을 포함한 디지털 교육자 프로그램을 통해 노인의 학습을 지원하고 있다. 이처럼 해외 각국은 세대 간 협력과 맞춤형 교육을 통해 노인의 디지털 격차를 줄이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중 격차가 발생하는 구조적 원인
노령 장애인의 디지털 격차는 단순한 ‘나이 듦’의 문제가 아니다. 구조적이고 복합적인 요인들이 중첩된다.
그 원인을 살펴보면 첫째, 노화와 장애가 동시에 작용하여 신체적·인지적 제약이 배가된다. 둘째, 일반 노인을 대상으로 한 교육은 풍부하지만 장애 유형별 맞춤 교육은 거의 없다.
셋째, 디지털 기기와 서비스는 비장애인을 전제로 설계되어 있어 접근성이 결여되어 있다. 넷째, 장애 노인은 보조공학 기기를 마련해야 하는 경제적 부담과 좁은 사회적 관계망으로 인해 도움 받을 기회조차 제한되고 있다.
결국 장애 노인은 정책 설계 단계에서조차 소외되며 ‘두 번의 배제’를 경험한다.
이러한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다층적 접근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장애유형별 맞춤형 교육이 절실하다. 시각장애인은 스크린리더와 음성 명령 활용 교육을, 청각장애인은 문자 기반 커뮤니케이션과 자막 기능 교육을, 지체장애인은 음성인식과 보조입력 장치 활용법을 배워야 한다. 이를 위해 전문 강사 양성과 복지관·평생교육기관 간 연계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점자 스마트기기와 특수 키보드 같은 보조공학 장비를 국가 보조금이나 대여 방식으로 보급해야 한다. 모든 디지털 서비스에는 유니버설 디자인을 의무화하고, 장애인차별금지법을 디지털 환경 전반으로 확대 적용해 ‘디지털 접근권’을 법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지역 기반 지원도 중요하다. 찾아가는 디지털 교육 버스, 마을 단위 디지털 도우미 제도, 청년-노인 멘토링 프로그램을 통해 교육과 사회적 관계망 회복을 동시에 도모해야 할 것이다.
비장애 노인의 디지털 격차는 주로 불편의 문제이지만, 장애 노인의 디지털 격차는 권리와 생존의 문제로 이어진다. 해외 사례들은 맞춤형 교육, 제도적 접근성 강화, 세대 간 협력 모델이 효과적임을 보여준다.
우리나라 역시 이러한 국제적 교훈을 바탕으로 장애 노인의 디지털 접근권을 국가와 우리 사회의 의제로 삼아야 할 것이다.
디지털 문해력은 이제 현대 사회에서 시민권의 또 다른 이름이다. 장애 노인을 반복적으로 소외시키는 이중 격차를 해소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기술 발전이 만들어낸 새로운 불평등을 방관하는 셈이다. 지금이야말로 이 문제를 사회적 과제로 삼고 행동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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